삶의 경우의 수를 씁니다 ( @runtworry ) Instagram Profile

runtworry

삶의 경우의 수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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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경우의 수를 씁니다 Profile Information

  • 오늘 제가 있는 곳은 오전 내내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낮엔 뭉게구름이 가득이었습니다. 구름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 피어있어 하늘 높이 떠있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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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지면 어둠 속으로 자태를 감출 구름들이 못내 아쉬워 핸드폰을 꺼내 들었는데, 프레임에 담아지는 장면마다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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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마무리하는 오늘, 쌓아두셨던, 버리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구름에 실어 날려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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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씀 #단상 #하늘 #구름 #수필 #사진 #에세이 #글쓰기 #여름하늘 #뭉게구름 #글스타그램 #sky #bluesky #summersky #serenity
  • 오늘 제가 있는 곳은 오전 내내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낮엔 뭉게구름이 가득이었습니다. 구름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 피어있어 하늘 높이 떠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해가지면 어둠 속으로 자태를 감출 구름들이 못내 아쉬워 핸드폰을 꺼내 들었는데, 프레임에 담아지는 장면마다 그림입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오늘, 쌓아두셨던, 버리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구름에 실어 날려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씀 #단상 #하늘 #구름 #수필 #사진 #에세이 #글쓰기 #여름하늘 #뭉게구름 #글스타그램 #sky #bluesky #summersky #serenity

  •  66  4  16 August, 2019
  • #000
「1000km」
•
•
오늘은 저녁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예비군이 끝났고, 더군다나 어제 짧지 않은 거리를 달려 가볍게 몸푸는 정도로만 뛰려 했습니다. 1000km가 얼마 남지 않은게 몇 주간 눈에 밟혀, 약간의 무리를 무릎쓰고 결국 채워 냈으니 내일은 저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해야겠습니다.
•
•
사실 저는 자대배치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 받은 체력검정에서 3km를 못 채우고 엠뷸런스에 실려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오버페이스가 걸렸다지만 치욕적이고 충격적인 순간이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미군 부대에서 군생활 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린 덕택에, 활주로 옆으로 바로 난 십여 킬로 정도 되는 산책길에서 매일 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허락되었습니다. 산책길 옆으론 깎아지르는 해안절벽이 맞닿아 있었는데,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달렸던 찰나를 이제는 눈을 감고 그려내야하니, 아련함이 물밀듯이 몰려옵니다. 참 모순입니다. 군 생활에서 노스텔지아를 느끼다니요.
•
•
다음 체력검정을 위해 기록은 제쳐두고 무사히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뛰고 또 뛰었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뛰는 러너들은 무수히 많이 계시겠지만, 그들과 비교하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 주지 않습니다.
•
•
택시웨이를 벗어나 이륙을 준비중인 미군 전투기의 콕핏에서, 이름도 나이도 모를 조종사들이 두 손을 높히 치켜올려 응원을 보냅니다. 저도 그의 비행이 무사하길 기도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나라를 위해 날아오르고 또 날아올랐던 그 길 위에서 이제는 많은이의 꿈을 실어나르는 국적기의 기장이 치켜올리는 엄지는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자신도 그러했듯, 무탈하게 군생활을 마치라는 진심이 느껴집니다. 다양한 피부색과 배경을 가진 이들이 제가 달려야 할 길을 먼저 달리고 돌아옵니다. 짧은 인사 뒤의 하이파이브에서 그들의 기운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
•
뛰는 것을 어플로 기록하고 나서부터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제 두 다리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구 둘레만큼 뛰어보고 싶은 것입니다. 제가 발을 딛고 있는 행성을 뛰어서 한 바퀴 돈다니, 그 거리가 가늠이 되지 않아 더욱 꿈만 같습니다. 내년엔 더 건강한 다리로 부지런히 뛰어야겠습니다.
•
•
달리기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클리쉐는 그 진리를 담아내기에는 그릇이 작아보입니다. 매번 쓰고 싶은 충동이 드는 문장이지만 진부해보여 여러 글을 통해 생각들을 풀어내 왔는데, 여러분들의 마음 언저리에라도 저의 조그마한 사유들이 닿았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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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씀 #수필 #단상 #러닝 #운동 #글쓰기 #에세이 #달리기 #run1000km #runforfun #run #running #nightrunning
  • #000
    「1000km」


    오늘은 저녁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예비군이 끝났고, 더군다나 어제 짧지 않은 거리를 달려 가볍게 몸푸는 정도로만 뛰려 했습니다. 1000km가 얼마 남지 않은게 몇 주간 눈에 밟혀, 약간의 무리를 무릎쓰고 결국 채워 냈으니 내일은 저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해야겠습니다.


    사실 저는 자대배치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 받은 체력검정에서 3km를 못 채우고 엠뷸런스에 실려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오버페이스가 걸렸다지만 치욕적이고 충격적인 순간이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미군 부대에서 군생활 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린 덕택에, 활주로 옆으로 바로 난 십여 킬로 정도 되는 산책길에서 매일 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허락되었습니다. 산책길 옆으론 깎아지르는 해안절벽이 맞닿아 있었는데,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달렸던 찰나를 이제는 눈을 감고 그려내야하니, 아련함이 물밀듯이 몰려옵니다. 참 모순입니다. 군 생활에서 노스텔지아를 느끼다니요.


    다음 체력검정을 위해 기록은 제쳐두고 무사히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뛰고 또 뛰었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뛰는 러너들은 무수히 많이 계시겠지만, 그들과 비교하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 주지 않습니다.


    택시웨이를 벗어나 이륙을 준비중인 미군 전투기의 콕핏에서, 이름도 나이도 모를 조종사들이 두 손을 높히 치켜올려 응원을 보냅니다. 저도 그의 비행이 무사하길 기도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나라를 위해 날아오르고 또 날아올랐던 그 길 위에서 이제는 많은이의 꿈을 실어나르는 국적기의 기장이 치켜올리는 엄지는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자신도 그러했듯, 무탈하게 군생활을 마치라는 진심이 느껴집니다. 다양한 피부색과 배경을 가진 이들이 제가 달려야 할 길을 먼저 달리고 돌아옵니다. 짧은 인사 뒤의 하이파이브에서 그들의 기운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뛰는 것을 어플로 기록하고 나서부터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제 두 다리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구 둘레만큼 뛰어보고 싶은 것입니다. 제가 발을 딛고 있는 행성을 뛰어서 한 바퀴 돈다니, 그 거리가 가늠이 되지 않아 더욱 꿈만 같습니다. 내년엔 더 건강한 다리로 부지런히 뛰어야겠습니다.


    달리기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클리쉐는 그 진리를 담아내기에는 그릇이 작아보입니다. 매번 쓰고 싶은 충동이 드는 문장이지만 진부해보여 여러 글을 통해 생각들을 풀어내 왔는데, 여러분들의 마음 언저리에라도 저의 조그마한 사유들이 닿았길 소망해봅니다.


    #글 #씀 #수필 #단상 #러닝 #운동 #글쓰기 #에세이 #달리기 #run1000km #runforfun #run #running #nightrunning

  •  67  11  13 August, 2019
  • #indefinite
「두발로 보는 세상」
•
•
오늘은 달릴 때 울려오는 내면의 소리가 아닌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제가 오늘 삼십 리 정도를 달렸으니,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나리'라는 말은 참 사박스러운 저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음 먹은 거리에 절반도 못가고 그만둬야 한다 생각하니 순간 스쳐가는 좌절감이 스산하게 느껴집니다.
•
•
달릴 때 듣는 음악은 평소보다 몇 곱절은 더 소중해집니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확실한 행복이니까요. 풀 것들의 울음소리가 자미로콰이 음악 위, 아래로 덧씌워져 새로운 레이어를 만들어 냅니다. 전자음악과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자연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 천년을 울어온 저들이 우리의 소음에 맞서 항변하는 것일지도요.
•
•
달리는 길 위에는 수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몸이 불편한 남자의 팔을 꼭 붙들고 발을 맞추어 산책하는 여인의 모습에 엄숙함을 느낍니다. 아가 둘이 제 무릎 언저리에 닿을만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옵니다. 보호구를 온 몸에 둘러 싼 모습을 보니 제가 다 마음이 놓입니다. 몇 발치 떨어져 따라오는 아빠도 등에 업었으니, 힘이 닿는 만큼 마음껏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땀복을 입고 어색한 포즈로 뛰는 거구의 사내의 노력에 제 한 뜀 한 뜀에 더 정성을 들입니다. 아름다운 장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 한 번 꼴로 산책길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을 스쳐갑니다. 제 갈길이 중요하니, 크게 한 숨을 들이쉬고 눈길을 거둡니다.
•
•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사실, 고개를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지면보다 더 많은 시야를 차지하고 있는 하늘의 광활함 덕분에, 공제선에서 눈길만 돌려 잔뜩 수놓아진 것들을 감상합니다. 여름 밤하늘의 쪽빛은 어딘가 모르게 곰살맞는 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만치 떠있는 홑별이 그리 외로워 보이진 않습니다. 완주할 때 까지 러닝메이트를 자처하던 홑별과 살가워졌는데, 저와 그 사이의 거리는 바특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론, 빈자리가 그 존재를 나타내기도 하죠. 오늘 만난 홀로 떠 있던 별은 오래도록 마음으로 간직해야겠습니다.
•
•
제가 마주친 군상들을 복기하다보니, 오늘 하루도 무사히 완주해낸 여러분들은 어떤 얼굴들을 마주했는지가 사뭇 궁굼해지는 밤입니다.
•
•
#글 #씀 #단상 #러닝 #수필 #달리기 #에세이 #글스타그램 #running #runforfun #run #nightrunning #longslowdistance #lsd
  • #indefinite
    「두발로 보는 세상」


    오늘은 달릴 때 울려오는 내면의 소리가 아닌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제가 오늘 삼십 리 정도를 달렸으니,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나리'라는 말은 참 사박스러운 저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음 먹은 거리에 절반도 못가고 그만둬야 한다 생각하니 순간 스쳐가는 좌절감이 스산하게 느껴집니다.


    달릴 때 듣는 음악은 평소보다 몇 곱절은 더 소중해집니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확실한 행복이니까요. 풀 것들의 울음소리가 자미로콰이 음악 위, 아래로 덧씌워져 새로운 레이어를 만들어 냅니다. 전자음악과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자연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 천년을 울어온 저들이 우리의 소음에 맞서 항변하는 것일지도요.


    달리는 길 위에는 수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몸이 불편한 남자의 팔을 꼭 붙들고 발을 맞추어 산책하는 여인의 모습에 엄숙함을 느낍니다. 아가 둘이 제 무릎 언저리에 닿을만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옵니다. 보호구를 온 몸에 둘러 싼 모습을 보니 제가 다 마음이 놓입니다. 몇 발치 떨어져 따라오는 아빠도 등에 업었으니, 힘이 닿는 만큼 마음껏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땀복을 입고 어색한 포즈로 뛰는 거구의 사내의 노력에 제 한 뜀 한 뜀에 더 정성을 들입니다. 아름다운 장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 한 번 꼴로 산책길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을 스쳐갑니다. 제 갈길이 중요하니, 크게 한 숨을 들이쉬고 눈길을 거둡니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사실, 고개를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지면보다 더 많은 시야를 차지하고 있는 하늘의 광활함 덕분에, 공제선에서 눈길만 돌려 잔뜩 수놓아진 것들을 감상합니다. 여름 밤하늘의 쪽빛은 어딘가 모르게 곰살맞는 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만치 떠있는 홑별이 그리 외로워 보이진 않습니다. 완주할 때 까지 러닝메이트를 자처하던 홑별과 살가워졌는데, 저와 그 사이의 거리는 바특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론, 빈자리가 그 존재를 나타내기도 하죠. 오늘 만난 홀로 떠 있던 별은 오래도록 마음으로 간직해야겠습니다.


    제가 마주친 군상들을 복기하다보니, 오늘 하루도 무사히 완주해낸 여러분들은 어떤 얼굴들을 마주했는지가 사뭇 궁굼해지는 밤입니다.


    #글 #씀 #단상 #러닝 #수필 #달리기 #에세이 #글스타그램 #running #runforfun #run #nightrunning #longslowdistance #lsd

  •  67  4  12 August, 2019
  • #040
「Incarnation」
•
•
새로산 러닝화를 테스트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늘어진 몸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집을 나섰다. 출발점의 사진을 찍고 얼마가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한증막 같은 공기와, 대지를 때리면서 에어로졸로 파편화 된 빗방울이 끌고 올라오는 흙내가 한데 엉켜 폐부를 눅눅하게 하는 감이 있지만, 무더위에 마침하게 내리는 비는 참으로 반가운 존재다.
•
•
뛰는 것은 여럿이 뛰든 홀로 뛰든 외로운 일이 아니다. 혼자 뛸 때는 정신적 자아와 육체적 자아가 양 옆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동행한다. 육체적 자아는 내가 중도포기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끊임없는 유혹을 던진다. 이만하면 됐어. 저긴 너무 가파르잖아. 평소에 날갯죽지가 결리다 그랬었지, 여기라 그랬던가? 별 효과가 없어 보일 땐, 곧장 정신적 자아에게 협상을 시도한다. 가끔 비겁한 수를 던지기도 하는데 온 몸 깊숙한 곳까지 잡혀있는 균형에, 잡다한 걱정거리를 던져가며 파문을 일으킨다. 완주를 하기 위해선 산발적으로 덮쳐오는 방해들에 적당한 타협을 허용해선 안된다. 그래서 하나의 달림을 한 생몰(生殁)이라 한다면, 그 운명은 내 손에서 시작해, 내 손으로 끝내는 일이다.
•
•
한 번의 달림이 하나의 생이라 했으니, 매일 달리는 이는, 매일 다시 태어난다 할 수 있다. 뛴 길을 거꾸로 돌아오는 날이면 어느 구간에서 힘이 부쳤는지, 무엇이 힘들게 했는지가 설핏 눈에 아른거린다. 그 길을 보고 있노라면 기록과 관계없이 그래도 오늘 참 잘 뛰었어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삶의 마지막 한 숨이 허공에 흩어질 때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
•
전설로 남은 이봉주도 세 번을 중도포기 했다고 한다. 그 중 한 경기는 중반까지 선두로 달렸지만, 후반에 가해진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둔 경기도 있다. 달렸던 길을 복기하고 문제점을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또 일어나지 않으니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노력이 부족한 것도, 나만 운이 나쁜 것도 아니다. 단지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뿐.
•
•
하물며, 누군가의 연인, 남편, 아내, 부모, 자식, 그리고 내 생이 처음인 이들이 서로의 모든 면을 만족시켜 줄 순 없다. '당신은 달리는 것을 왜 좋아합니까?'라고 물어 온다면, '달리기 위해서 달립니다.'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스스로에게 운명지어진 삶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각자가 삶을 살아내는 것 그 자체가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라는 위로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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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씀 #단상 #수필 #산문 #긴글 #러닝 #글쓰기
#에세이 #달리기 #run #running #runforfun #nightrunning
  • #040
    「Incarnation」


    새로산 러닝화를 테스트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늘어진 몸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집을 나섰다. 출발점의 사진을 찍고 얼마가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한증막 같은 공기와, 대지를 때리면서 에어로졸로 파편화 된 빗방울이 끌고 올라오는 흙내가 한데 엉켜 폐부를 눅눅하게 하는 감이 있지만, 무더위에 마침하게 내리는 비는 참으로 반가운 존재다.


    뛰는 것은 여럿이 뛰든 홀로 뛰든 외로운 일이 아니다. 혼자 뛸 때는 정신적 자아와 육체적 자아가 양 옆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동행한다. 육체적 자아는 내가 중도포기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끊임없는 유혹을 던진다. 이만하면 됐어. 저긴 너무 가파르잖아. 평소에 날갯죽지가 결리다 그랬었지, 여기라 그랬던가? 별 효과가 없어 보일 땐, 곧장 정신적 자아에게 협상을 시도한다. 가끔 비겁한 수를 던지기도 하는데 온 몸 깊숙한 곳까지 잡혀있는 균형에, 잡다한 걱정거리를 던져가며 파문을 일으킨다. 완주를 하기 위해선 산발적으로 덮쳐오는 방해들에 적당한 타협을 허용해선 안된다. 그래서 하나의 달림을 한 생몰(生殁)이라 한다면, 그 운명은 내 손에서 시작해, 내 손으로 끝내는 일이다.


    한 번의 달림이 하나의 생이라 했으니, 매일 달리는 이는, 매일 다시 태어난다 할 수 있다. 뛴 길을 거꾸로 돌아오는 날이면 어느 구간에서 힘이 부쳤는지, 무엇이 힘들게 했는지가 설핏 눈에 아른거린다. 그 길을 보고 있노라면 기록과 관계없이 그래도 오늘 참 잘 뛰었어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삶의 마지막 한 숨이 허공에 흩어질 때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전설로 남은 이봉주도 세 번을 중도포기 했다고 한다. 그 중 한 경기는 중반까지 선두로 달렸지만, 후반에 가해진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둔 경기도 있다. 달렸던 길을 복기하고 문제점을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또 일어나지 않으니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노력이 부족한 것도, 나만 운이 나쁜 것도 아니다. 단지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뿐.


    하물며, 누군가의 연인, 남편, 아내, 부모, 자식, 그리고 내 생이 처음인 이들이 서로의 모든 면을 만족시켜 줄 순 없다. '당신은 달리는 것을 왜 좋아합니까?'라고 물어 온다면, '달리기 위해서 달립니다.'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스스로에게 운명지어진 삶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각자가 삶을 살아내는 것 그 자체가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라는 위로를 보내고 싶다.


    #글 #씀 #단상 #수필 #산문 #긴글 #러닝 #글쓰기
    #에세이 #달리기 #run #running #runforfun #nightrunning

  •  74  8  11 August, 2019
  • #039
「Equilib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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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그래도 온 몸을 에워싸는 무더위에,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3주 가까이 뛰지 않아서 살이 붙기 시작한다.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는 성격이라 폭염과 한파로 밖에나가 뛰지 못할 때는 체중유지에 특히 취약하다. 사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도 있고 채식의 양을 늘릴 수도 있지만 게으르고 아집을 거두지 못한 탓이다. 군대에선 활주로를 달리며 스트레스를 풀었고, 다이어트를 처음 했을 때 실외러닝으로 큰 효과를 본 기억 때문에, 나가 뛰지 않으면 무언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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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기로 텁텁한 공기 때문에 3km를 넘어서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뛰면 뛰겠지만 더 뛰면 건강을 저당잡는 일이 될 것 같아 4km는 걷기로 대신했다. 오랜시간 안 뛴 것 치곤 기록은 나름 만족스럽다. 서너해 전인가, 가벼운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도 나가 뛸만큼 열정이 불타오를 때, 긴 겨울을 보내고 그 해 첫 러닝을 했는데 몸이 썩었나 싶을 정도로 형편 없었던 기록을 보고 큰 상실감을 얻어 맞았을 때가 기억난다.
•
•
꼭 '벌'이라는 관점이 아니어도, 우리의 일상은 그것이 기쁜일이든 슬픈일이든 시지프스가 바위를 나르는 일이다. 긴 업무 끝에 휴가가 찾아오고, 행복감도 어느 시점에는 효용을 다하며, 경제적 상황도 오름세, 내림세가 있다. 시지프스는 남은 인생을 돌만 날랐지만, 그도 어느정도 요령을 터득하고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결국, 핵심은 기복을 줄이는데 있다. 나에게 감정기복이 일어난 것 자체를 탓하기 보다, 너무 바닥을 치지 않게, 또, 너무 조증에 가까운 상태가 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덜 불행한 일일테다. 그래서 어떤 인간의 연륜이라는 것은 그 진폭이 얼마나 좁은가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진폭이 0에 수렴해 초월적인 존재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어제보다 나은 모습에서 기쁨을 찾는 마음을 다시한번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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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씀 #러닝 #수필 #단상 #생각 #평정 #달리기 #시지프스 #글스타 #글스타그램 #running #runforfun #run #nightrun #한옥마을 #hanokvillage
  • #039
    「Equilibrium」


    안 그래도 온 몸을 에워싸는 무더위에,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3주 가까이 뛰지 않아서 살이 붙기 시작한다.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는 성격이라 폭염과 한파로 밖에나가 뛰지 못할 때는 체중유지에 특히 취약하다. 사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도 있고 채식의 양을 늘릴 수도 있지만 게으르고 아집을 거두지 못한 탓이다. 군대에선 활주로를 달리며 스트레스를 풀었고, 다이어트를 처음 했을 때 실외러닝으로 큰 효과를 본 기억 때문에, 나가 뛰지 않으면 무언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열기로 텁텁한 공기 때문에 3km를 넘어서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뛰면 뛰겠지만 더 뛰면 건강을 저당잡는 일이 될 것 같아 4km는 걷기로 대신했다. 오랜시간 안 뛴 것 치곤 기록은 나름 만족스럽다. 서너해 전인가, 가벼운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도 나가 뛸만큼 열정이 불타오를 때, 긴 겨울을 보내고 그 해 첫 러닝을 했는데 몸이 썩었나 싶을 정도로 형편 없었던 기록을 보고 큰 상실감을 얻어 맞았을 때가 기억난다.


    꼭 '벌'이라는 관점이 아니어도, 우리의 일상은 그것이 기쁜일이든 슬픈일이든 시지프스가 바위를 나르는 일이다. 긴 업무 끝에 휴가가 찾아오고, 행복감도 어느 시점에는 효용을 다하며, 경제적 상황도 오름세, 내림세가 있다. 시지프스는 남은 인생을 돌만 날랐지만, 그도 어느정도 요령을 터득하고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결국, 핵심은 기복을 줄이는데 있다. 나에게 감정기복이 일어난 것 자체를 탓하기 보다, 너무 바닥을 치지 않게, 또, 너무 조증에 가까운 상태가 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덜 불행한 일일테다. 그래서 어떤 인간의 연륜이라는 것은 그 진폭이 얼마나 좁은가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진폭이 0에 수렴해 초월적인 존재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어제보다 나은 모습에서 기쁨을 찾는 마음을 다시한번 다잡아 본다.


    #글 #씀 #러닝 #수필 #단상 #생각 #평정 #달리기 #시지프스 #글스타 #글스타그램 #running #runforfun #run #nightrun #한옥마을 #hanokvillage

  •  73  9  9 August, 2019
  • #038
「다온」
•
•
··· I don't wanna waste a lifetime chasing pots of go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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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하게 출렁이는 나무 계단을 내려가는데 좋아하는 노래의 가삿말이 타고 오른다. 광고음악이든, 도시의 백색소음 사이로 흘러나오는 노래가 청신경을 자극하고,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곡일 땐, 흡사 올해 옷장에서 처음 꺼내 입은 옷에 묻혀있던 지폐라도 발견한 것 마냥 묘한 쾌감이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 피부에는 깊게 닿지 않게 오락가락 하던 소나기가 스며든 옷이 발산하는 불쾌감이 성에가 녹듯 사라졌다. 즐겨 마셨던 콜드부르는 꽃무늬 마스킹 테이프로 가려져있다. 정비할 시간을 갖고 더 좋은 맛으로 찾아오겠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 첫 한 모금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올라간 체열을 진정시키는 순간까지 만끽하면 완벽하다.
•
•
"음료 준비해 드릴게요."
•
커피색 사각 면 코스터 위에, 잔이 놓아지려는 찰나.
•
"지금 나오는 음악들 이제까지 신청해주신 곡 모아논 곡들이에요."
•
'세상에.'
•
이내, Kings of Convenience의 <Me in You>가 흘러나온다. 어언 석달 전 쯤에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LP카페나 전문 DJ가 있는 곳을 자주찾는 어느 단골들에게는, 내가 신청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노래를 틀어주는 지를 DJ의 역량 혹은 내가 이 곳을 계속 올만한 곳인지 판단하는 내밀한 척도로 사용하기도 하고, 또, DJ 입장에서는 당연한 직업적 소양으로 여기기도 한다. 사실, 음악을 중요한 컨텐츠로 여기는 양태의 업종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수익창출을 위해서 마땅한 일이다. 와인, 위스키,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것만큼 재방문 욕구를 일으키는 강력한 동인은 없다. 그러나, 신청곡을 틀어주긴 하지만, 여긴 카페다. 그렇기에 그동안 신청했던 수십 곡을 잊지않고 연달아 내보내 주는 사려깊음은 차원이 다른 감동이다.
•
··· There's a little bit of me inside you ···
•
더위로 인한 불쾌감과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의 활력이 소멸에 가깝게 잦아들었다.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그들의 흐름에 마음을 내주는데 생각보다 익숙해졌지만, 아주 가끔, 잠시 머물다 없어질 것이 분명한 순도 높은 행복이 찾아 올 때면, 그 크기 그대로를 만끽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스치운다. 일말의 합리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기우이니 곧장 묻어두기로 한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에 맞추어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찾아 재생했다.
•
•
<Me in You>의 뮤직비디오는 시작부터 끝까지 원 테이크로 노르웨이 항구도시 베르겐의 모습을 조망한다. 서사도, 신파도, 기승전결도 없다. 그저, 갈색 지붕을 얹은 집들이 항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만을 삼분 여 동안 보여줄 뿐이다. 너무 평화로워 오히려 이질적인 모습을 보고나면, 현실의 걱정들은 베르겐에 놓고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종종 찾아보곤 한다.
•
•
두 시간에 가깝게 내가 신청했던 곡들이 흘러나왔고, 책을 읽으면서 한 곡 한 곡 리퀘스트에 써 내려 갔을 때의 기분을 톺아봤다. 받아들이기 힘든 불행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오지만, 때론, 나와 느슨한 연결고리를 가진 존재들이 가장 농밀한 행복을 안겨준다. 이 글을 읽진 않겠지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어떠한 형태로든 나에게 선사해준 것과 같은 행복을 어디선가 꼭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
•
#글 #씀 #단상 #수필 #행복 #음악 #신청곡 #에세이 #글쓰기 #신청곡 #글스타그램 #kingsofconvenience #meinyou #bergen #bergennorway
  • #038
    「다온」


    ··· I don't wanna waste a lifetime chasing pots of gold ···

    미세하게 출렁이는 나무 계단을 내려가는데 좋아하는 노래의 가삿말이 타고 오른다. 광고음악이든, 도시의 백색소음 사이로 흘러나오는 노래가 청신경을 자극하고,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곡일 땐, 흡사 올해 옷장에서 처음 꺼내 입은 옷에 묻혀있던 지폐라도 발견한 것 마냥 묘한 쾌감이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 피부에는 깊게 닿지 않게 오락가락 하던 소나기가 스며든 옷이 발산하는 불쾌감이 성에가 녹듯 사라졌다. 즐겨 마셨던 콜드부르는 꽃무늬 마스킹 테이프로 가려져있다. 정비할 시간을 갖고 더 좋은 맛으로 찾아오겠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 첫 한 모금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올라간 체열을 진정시키는 순간까지 만끽하면 완벽하다.


    "음료 준비해 드릴게요."

    커피색 사각 면 코스터 위에, 잔이 놓아지려는 찰나.

    "지금 나오는 음악들 이제까지 신청해주신 곡 모아논 곡들이에요."

    '세상에.'

    이내, Kings of Convenience의 가 흘러나온다. 어언 석달 전 쯤에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LP카페나 전문 DJ가 있는 곳을 자주찾는 어느 단골들에게는, 내가 신청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노래를 틀어주는 지를 DJ의 역량 혹은 내가 이 곳을 계속 올만한 곳인지 판단하는 내밀한 척도로 사용하기도 하고, 또, DJ 입장에서는 당연한 직업적 소양으로 여기기도 한다. 사실, 음악을 중요한 컨텐츠로 여기는 양태의 업종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수익창출을 위해서 마땅한 일이다. 와인, 위스키,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것만큼 재방문 욕구를 일으키는 강력한 동인은 없다. 그러나, 신청곡을 틀어주긴 하지만, 여긴 카페다. 그렇기에 그동안 신청했던 수십 곡을 잊지않고 연달아 내보내 주는 사려깊음은 차원이 다른 감동이다.

    ··· There's a little bit of me inside you ···

    더위로 인한 불쾌감과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의 활력이 소멸에 가깝게 잦아들었다.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그들의 흐름에 마음을 내주는데 생각보다 익숙해졌지만, 아주 가끔, 잠시 머물다 없어질 것이 분명한 순도 높은 행복이 찾아 올 때면, 그 크기 그대로를 만끽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스치운다. 일말의 합리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기우이니 곧장 묻어두기로 한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에 맞추어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찾아 재생했다.


    의 뮤직비디오는 시작부터 끝까지 원 테이크로 노르웨이 항구도시 베르겐의 모습을 조망한다. 서사도, 신파도, 기승전결도 없다. 그저, 갈색 지붕을 얹은 집들이 항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만을 삼분 여 동안 보여줄 뿐이다. 너무 평화로워 오히려 이질적인 모습을 보고나면, 현실의 걱정들은 베르겐에 놓고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종종 찾아보곤 한다.


    두 시간에 가깝게 내가 신청했던 곡들이 흘러나왔고, 책을 읽으면서 한 곡 한 곡 리퀘스트에 써 내려 갔을 때의 기분을 톺아봤다. 받아들이기 힘든 불행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오지만, 때론, 나와 느슨한 연결고리를 가진 존재들이 가장 농밀한 행복을 안겨준다. 이 글을 읽진 않겠지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어떠한 형태로든 나에게 선사해준 것과 같은 행복을 어디선가 꼭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 #씀 #단상 #수필 #행복 #음악 #신청곡 #에세이 #글쓰기 #신청곡 #글스타그램 #kingsofconvenience #meinyou #bergen #bergennorway

  •  65  4  8 August, 2019
  • 오늘 정말 귀중한 선물 하나를 받았습니다. 매번 저의 독백을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읽어주시는 오연희 작가님께서, 당신의 시가 수록된 신간 <난 피고있는 꽃처럼 있을 테니>를 머나먼 곳 까지 선물해 주셨습니다. 제가 세상을 느끼고 바라보는 글에 감상을 달아주신 덕분에, 무한한 가상공간에서 저의 작은 사유들은 미약하나마 빛을 발합니다. 늘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피고있는 꽃. 핀 꽃도, 필 꽃도 아닌 피고있는 꽃은 그 자체로 새 희망 혹은 탄생으로 다가옵니다. 핀 꽃의 운명은 시듦으로 귀결될 것이고, 필 꽃은 개화의 불확실성을 숙명으로 안고 있습니다. 분명 이 시집은 세상 많은 이의 책장에서 매일 새롭게 피어나 확실한 희망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여섯 작가님의 작품들을 묵독하면서 많은 영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기성찰적이고, 비틀어진 시선이 아닌, 순수의 눈으로 세상을 통찰하는 오연희 작가님 작품에서는 활자를 적어내는 작가의 진실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은미 작가님의, 스스로를 보듬어주는 노래들은 상처받은 이로 하여금 두 팔로 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입니다. 
부재, 그리움, 지나간 것들을 읊는 백은선 작가님의 시는 그래서 되려 현재를 오롯이 집중하게 만드는 역설적 힘이 있습니다. 
이미란 작가님은 사랑이 이미 신이 되어버린 지금, 이별의 아픔, 상실감, 고통이란 악마의 늪에서 사랑이 피어난 태초의 순수함을 다시 일깨워 주셨습니다.
그야말로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가득한 윤미예 작가님의 글들을 읽는 동안, 삶의 도처에 행복이 지천으로 널렸다는 진리가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다빈 작가님과 나란히 앉아 같이 바라봤던 세상의 편린들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일상의 권태에게 얼마나 큰 자리를 내줬는지 돌아보게 했습니다.

작가님들의 수고에 독자의 입장에서 작은 보답을 하나 하고자 합니다. 여섯 작가님들의 시행들을 발췌해 <여섯 시인의 노래>라는 시로 엮어보았습니다.

작가님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합니다.
•
<여섯 시인의 노래>

피곤과 온갖 감정들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들은
지하철 차창 밖으로 스미는 노을을 베개 삼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무거운 눈꺼풀이 내 의지와 다르게 떠지고,
그보다 무거운 몸은
내 의지와 다르게 일으켜지지 않아

보이지 않는 밧줄을 잡으며,
시간에 맡긴 채 하루를 살아간다

웅크리면 한 주먹인 가벼운 난데
나 하나 담뿍 들어줄 이 이리 없을까

가면을 쓴 채 가식을 떤 행동
이제는 거짓이 진실을 삼켜버렸다
그는 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한다

무엇부터 사랑할까
설레는 고민에
그래, 내 이름
그것부터 사랑해줘야겠다

오연희작가님 @_little_thinking
이은미작가님 @hambak_91
백은선작가님 @sunny_back
이미란작가님 @sky_____lee
윤미예작가님 @meeye2323
이다빈작가님 @b_wise_writer

#시 #시집 #난피고있는꽃처럼있을테니 #감상 #글귀 #글  #글쓰기 #글스타그램
  • 오늘 정말 귀중한 선물 하나를 받았습니다. 매번 저의 독백을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읽어주시는 오연희 작가님께서, 당신의 시가 수록된 신간 <난 피고있는 꽃처럼 있을 테니>를 머나먼 곳 까지 선물해 주셨습니다. 제가 세상을 느끼고 바라보는 글에 감상을 달아주신 덕분에, 무한한 가상공간에서 저의 작은 사유들은 미약하나마 빛을 발합니다. 늘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피고있는 꽃. 핀 꽃도, 필 꽃도 아닌 피고있는 꽃은 그 자체로 새 희망 혹은 탄생으로 다가옵니다. 핀 꽃의 운명은 시듦으로 귀결될 것이고, 필 꽃은 개화의 불확실성을 숙명으로 안고 있습니다. 분명 이 시집은 세상 많은 이의 책장에서 매일 새롭게 피어나 확실한 희망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여섯 작가님의 작품들을 묵독하면서 많은 영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기성찰적이고, 비틀어진 시선이 아닌, 순수의 눈으로 세상을 통찰하는 오연희 작가님 작품에서는 활자를 적어내는 작가의 진실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은미 작가님의, 스스로를 보듬어주는 노래들은 상처받은 이로 하여금 두 팔로 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입니다.
    부재, 그리움, 지나간 것들을 읊는 백은선 작가님의 시는 그래서 되려 현재를 오롯이 집중하게 만드는 역설적 힘이 있습니다.
    이미란 작가님은 사랑이 이미 신이 되어버린 지금, 이별의 아픔, 상실감, 고통이란 악마의 늪에서 사랑이 피어난 태초의 순수함을 다시 일깨워 주셨습니다.
    그야말로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가득한 윤미예 작가님의 글들을 읽는 동안, 삶의 도처에 행복이 지천으로 널렸다는 진리가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다빈 작가님과 나란히 앉아 같이 바라봤던 세상의 편린들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일상의 권태에게 얼마나 큰 자리를 내줬는지 돌아보게 했습니다.

    작가님들의 수고에 독자의 입장에서 작은 보답을 하나 하고자 합니다. 여섯 작가님들의 시행들을 발췌해 <여섯 시인의 노래>라는 시로 엮어보았습니다.

    작가님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섯 시인의 노래>

    피곤과 온갖 감정들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들은
    지하철 차창 밖으로 스미는 노을을 베개 삼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무거운 눈꺼풀이 내 의지와 다르게 떠지고,
    그보다 무거운 몸은
    내 의지와 다르게 일으켜지지 않아

    보이지 않는 밧줄을 잡으며,
    시간에 맡긴 채 하루를 살아간다

    웅크리면 한 주먹인 가벼운 난데
    나 하나 담뿍 들어줄 이 이리 없을까

    가면을 쓴 채 가식을 떤 행동
    이제는 거짓이 진실을 삼켜버렸다
    그는 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한다

    무엇부터 사랑할까
    설레는 고민에
    그래, 내 이름
    그것부터 사랑해줘야겠다

    오연희작가님 @_little_thinking
    이은미작가님 @hambak_91
    백은선작가님 @sunny_back
    이미란작가님 @sky_____lee
    윤미예작가님 @meeye2323
    이다빈작가님 @b_wise_writer

    #시 #시집 #난피고있는꽃처럼있을테니 #감상 #글귀 #글 #글쓰기 #글스타그램

  •  78  8  7 Augus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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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
「넘어짐」
•
•
태풍을 맞닥뜨리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이라도 한것 마냥, 더위가 발악하듯 작렬한다. 직사광선의 강도에 비례해 하늘도 날카롭게 푸르다. 내 시야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파란 풍광 때문인지 아스팔트 위의 파랑들이 도드라져 보인다. 검은티에 청바지를 입은, 나보다 몇해 위로 보이는 젊은 엄마와 그녀의 손을 걸터잡은 아이가 나란히 신호를 기다린다. 아가는 <새나라 유치원>이라고 적혀 있는 진파랑 색의 원복을 입고있다. 아이가 내 나이를 지날 때의 세상은 푸른 희망으로 가득한 세상일까. 기대인지 걱정인지 모를 생각이 울대를 섬광처럼 스쳐지나갔다. 세상의 갈등과 근심이 침투하지 않은 아이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신줏단지 모시듯 그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파란색 터닝 메카드다. 찾아보니 '에반'이라는 녀석이란다. 마침 대기차선의 가장 앞 열에는 펄블루색 소울이 한 대 서있다. 제 차를 슥 치켜올려 소울 위로 겹쳐올리더니, 깔깔 웃음을 터뜨린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자의 만족감이랄까. •
•
순수한 존재가 주는 고귀한 행복감을 가슴안고 건널목을 거의 다 건넜을 때쯤 둔탁한 바닥에 내리치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귓등으로 들려왔다. 다행히, 똑, 딱, 떨어져가는 보행가능시간은 삼십 초가 훨씬 넘게 남았고, 엄마는 아가가 충분히 제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주었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어떤지 직감하는 듯 훌훌털고 일어난 아이는 전복된 에반을 움켜쥐고 울컥하는 것 없이 다시 엄마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
•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 어린 시절 넘어졌던 기억이 꼭 뒤따른다. 내가 갓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을 두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은근히 내려다 보았다. 나도 드디어 친구가 뒤에서 잡아주는 것 없이 처음으로 두발 자전거를 주행하기로 한 날 큰 사달이 났다.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를 들어오는 길목에는 그리 급하지 않은 경사로 양쪽으로 주택들과 노포와 작은상점들이 서있었다. 그 길을, 오르막도 아닌 내리막 길을, 자전거를 빌려 내 질렀다. 난생 처음겪는 장면 전환에 당황한 나머지 핸들의 통제권을 자전거에게 넘겨줬고, 앞바퀴와 뒤바퀴는 뫼비우스 띄를 그리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세 시간 같은 삼십 초를 그렇게 달리다 도로와 인도 틈에 설치된 사각맨홀에 앞바퀴가 처박히고 나서야 질주는 멎었다.
•
•
자전거가 멈춘 곳은 주택에 딸린 개인차고를 털어서 소금창고로 쓰던 작은 창고 바로 앞이었는데, 이 순간이 아마 내가 태어나서 생명의 위협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던 것 같다. 급제동의 충격으로 왼쪽 핸들에 명치 언저리의 흉골을 그대로 들이받았고 숨을 꺼이꺼이 몰아쉬며 호흡곤란 상태로 바닥에서 뒹굴었다. 정말이지 숨이 그치는 줄 알았다. 그 때, 그 창고에서 한 할머니가 뛰어 나왔다. 미처 청록색의 가죽 앞치마를 벗으실 세도 없이 튀어나와, 인도에 걸터앉아 나를 품에 껴앉고 가슴을 문질러주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의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스테인레스 국그릇에 떠온 물을 먹이시고, 꼭 엄마랑 병원에 가야한다고 여러번 일러주셨다. •
•
황혼의 노인이 보여줬던 보살핌은 무엇이었을까. 무어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나약하고, 위기에 빠진 존재를 위해 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인간임은 분명하다. 내가 어린 아이가 아니였고 다른 조건이었어도 그렇게 행동하셨을 것이다. 소금창고 자리는 헐렸고, 이제 할머니의 얼굴은 희미하다. 그렇지만 분명하게 남아있는 감각은, 내 명치께를 약손이라며 문질러주시던 손길과 앞치마에 베어있던 바닷내는 지금도 또렷하다. 다행히, 어떤 존재가 내 앞에서 부상거나 다치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나를 그녀와 같이 행동 '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지금도 살아는 계신지, 어디서 무얼하시는지 모르는 그녀가 남긴 유산이 훗날 누군가를 위해 쓰인다면 그 순간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살아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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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그램 #글스타그램 #글쓰기 #쓰기 #에세이 #수필 #글귀 #생각 #단상 #씀


  • #037
    「넘어짐」


    태풍을 맞닥뜨리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이라도 한것 마냥, 더위가 발악하듯 작렬한다. 직사광선의 강도에 비례해 하늘도 날카롭게 푸르다. 내 시야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파란 풍광 때문인지 아스팔트 위의 파랑들이 도드라져 보인다. 검은티에 청바지를 입은, 나보다 몇해 위로 보이는 젊은 엄마와 그녀의 손을 걸터잡은 아이가 나란히 신호를 기다린다. 아가는 <새나라 유치원>이라고 적혀 있는 진파랑 색의 원복을 입고있다. 아이가 내 나이를 지날 때의 세상은 푸른 희망으로 가득한 세상일까. 기대인지 걱정인지 모를 생각이 울대를 섬광처럼 스쳐지나갔다. 세상의 갈등과 근심이 침투하지 않은 아이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신줏단지 모시듯 그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파란색 터닝 메카드다. 찾아보니 '에반'이라는 녀석이란다. 마침 대기차선의 가장 앞 열에는 펄블루색 소울이 한 대 서있다. 제 차를 슥 치켜올려 소울 위로 겹쳐올리더니, 깔깔 웃음을 터뜨린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자의 만족감이랄까. •

    순수한 존재가 주는 고귀한 행복감을 가슴안고 건널목을 거의 다 건넜을 때쯤 둔탁한 바닥에 내리치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귓등으로 들려왔다. 다행히, 똑, 딱, 떨어져가는 보행가능시간은 삼십 초가 훨씬 넘게 남았고, 엄마는 아가가 충분히 제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주었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어떤지 직감하는 듯 훌훌털고 일어난 아이는 전복된 에반을 움켜쥐고 울컥하는 것 없이 다시 엄마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 어린 시절 넘어졌던 기억이 꼭 뒤따른다. 내가 갓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을 두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은근히 내려다 보았다. 나도 드디어 친구가 뒤에서 잡아주는 것 없이 처음으로 두발 자전거를 주행하기로 한 날 큰 사달이 났다.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를 들어오는 길목에는 그리 급하지 않은 경사로 양쪽으로 주택들과 노포와 작은상점들이 서있었다. 그 길을, 오르막도 아닌 내리막 길을, 자전거를 빌려 내 질렀다. 난생 처음겪는 장면 전환에 당황한 나머지 핸들의 통제권을 자전거에게 넘겨줬고, 앞바퀴와 뒤바퀴는 뫼비우스 띄를 그리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세 시간 같은 삼십 초를 그렇게 달리다 도로와 인도 틈에 설치된 사각맨홀에 앞바퀴가 처박히고 나서야 질주는 멎었다.


    자전거가 멈춘 곳은 주택에 딸린 개인차고를 털어서 소금창고로 쓰던 작은 창고 바로 앞이었는데, 이 순간이 아마 내가 태어나서 생명의 위협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던 것 같다. 급제동의 충격으로 왼쪽 핸들에 명치 언저리의 흉골을 그대로 들이받았고 숨을 꺼이꺼이 몰아쉬며 호흡곤란 상태로 바닥에서 뒹굴었다. 정말이지 숨이 그치는 줄 알았다. 그 때, 그 창고에서 한 할머니가 뛰어 나왔다. 미처 청록색의 가죽 앞치마를 벗으실 세도 없이 튀어나와, 인도에 걸터앉아 나를 품에 껴앉고 가슴을 문질러주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의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스테인레스 국그릇에 떠온 물을 먹이시고, 꼭 엄마랑 병원에 가야한다고 여러번 일러주셨다. •

    황혼의 노인이 보여줬던 보살핌은 무엇이었을까. 무어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나약하고, 위기에 빠진 존재를 위해 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인간임은 분명하다. 내가 어린 아이가 아니였고 다른 조건이었어도 그렇게 행동하셨을 것이다. 소금창고 자리는 헐렸고, 이제 할머니의 얼굴은 희미하다. 그렇지만 분명하게 남아있는 감각은, 내 명치께를 약손이라며 문질러주시던 손길과 앞치마에 베어있던 바닷내는 지금도 또렷하다. 다행히, 어떤 존재가 내 앞에서 부상거나 다치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나를 그녀와 같이 행동 '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지금도 살아는 계신지, 어디서 무얼하시는지 모르는 그녀가 남긴 유산이 훗날 누군가를 위해 쓰인다면 그 순간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살아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

    #글쓰기그램 #글스타그램 #글쓰기 #쓰기 #에세이 #수필 #글귀 #생각 #단상 #씀

  •  70  3  6 Augus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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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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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 과정은 대부분 투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수백 년을 전승해 온 사회적, 도덕적 규범들이 투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들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인간사의 모든 일들이 규범으로 통제되는 것 또한 전적으로 옳은 것만은 아니다. 우린 암묵적으로 이 필수불가결한 무논리, 무질서의 영역에서의 거동을 삶, 살아감, 먹고 삶 등으로 부른다. 하루 끝에서 오늘의 삶에 대한 행, 불행, 쾌, 불쾌는, 이 무정부 상태에서 나의 존재의 영역이 얼만큼 온전히 보존되었는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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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내면은 풍선과도 같다. 외부 압력으로 한 쪽이 찌그러질 때, 탄성의 임계점까지 다른 지역들이 파열에 대신 저항한다. 기하학적으로 어느 형태로 분류될 수 있는 모양과 색을 가지고 있지만, 무정형성 때문에 한 인간의 어제와 오늘의 내면은 결코 같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오랜시간 겪은 사람의 내면은, 어느 부분이 부풀어있고 상대적으로 눌러있으며, 어떤 경우에 형태가 변하는지는 경험을 통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그를 대할 때 내가 어느정도의 탄성력을 더 필요로 하는지 계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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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삶의 투쟁은 이런 외부와의 투쟁이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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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하는 영역에서 행해지는 자기착취는 삶의 투쟁에서 근원적인 전의를 앗아가는 독약이다.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 자유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분명 무엇인가를 해내고 나서도 형형색색의 풍선들처럼 흩날리지 못한 것에 더한 좌절감을 느낀다. 사람에 따라서 좌절감은 자책감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우울증으로 귀결된다. 어느 모로보나 스스로를 착취하는 행위인 것 분명하다. 이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투쟁'의 대상에는 자기분열적인 자아도 포함되는 세상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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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러분의 투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퍽 궁금하다.


  • #036 「투쟁」


    삶을 살아가는 과정은 대부분 투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수백 년을 전승해 온 사회적, 도덕적 규범들이 투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들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인간사의 모든 일들이 규범으로 통제되는 것 또한 전적으로 옳은 것만은 아니다. 우린 암묵적으로 이 필수불가결한 무논리, 무질서의 영역에서의 거동을 삶, 살아감, 먹고 삶 등으로 부른다. 하루 끝에서 오늘의 삶에 대한 행, 불행, 쾌, 불쾌는, 이 무정부 상태에서 나의 존재의 영역이 얼만큼 온전히 보존되었는가로 평가된다.


    우리의 내면은 풍선과도 같다. 외부 압력으로 한 쪽이 찌그러질 때, 탄성의 임계점까지 다른 지역들이 파열에 대신 저항한다. 기하학적으로 어느 형태로 분류될 수 있는 모양과 색을 가지고 있지만, 무정형성 때문에 한 인간의 어제와 오늘의 내면은 결코 같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오랜시간 겪은 사람의 내면은, 어느 부분이 부풀어있고 상대적으로 눌러있으며, 어떤 경우에 형태가 변하는지는 경험을 통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그를 대할 때 내가 어느정도의 탄성력을 더 필요로 하는지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삶의 투쟁은 이런 외부와의 투쟁이 전부가 아니다.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하는 영역에서 행해지는 자기착취는 삶의 투쟁에서 근원적인 전의를 앗아가는 독약이다.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 자유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분명 무엇인가를 해내고 나서도 형형색색의 풍선들처럼 흩날리지 못한 것에 더한 좌절감을 느낀다. 사람에 따라서 좌절감은 자책감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우울증으로 귀결된다. 어느 모로보나 스스로를 착취하는 행위인 것 분명하다. 이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투쟁'의 대상에는 자기분열적인 자아도 포함되는 세상이 되었다. •

    오늘 여러분의 투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퍽 궁금하다.

  •  72  8  4 August, 2019
  • #035 「T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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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식처로 여기는 카페가 하나 있다. 올해 초, 김광석의 아지트였다는 학림다방에 갔었는데 공간의 톤이라든지, 수십년 전 문필가, 지식인, 예술인들의 사랑방 노릇을 했던 공간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참 많이 닮아있는 공간이다. 사람의 통행량이 가장 많은 시내 한복판의 수많은 점포들 사이로 수줍게 난 짧은 골목으로 들어가, 지하로 이어진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닿을 수 있는 곳이기에, 매번 갈 때마다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초월하는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나는 이곳에서 주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그리 크지 않은 아늑한 구조 덕분에 다른 손님들의 말뭉치들이 귀에 스며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삼십년 전에 첫 데이트를 했다는 노부부의 이야기, 이십년 만에 생각나서 다시 들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 공간이 품고 있는 세월의 무게가 중후하다. 이 공간에선 이미 지나간 시간도 생명력을 갖는다. 여러 개의 시간들이 동시에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사뭇 몽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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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역사만큼 이곳을 상징하는 메뉴는 사이폰 커피다. 플라스크들을 연결해 물을 가열하고 압력차로 수위가 상승, 하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앉아있는 곳이 카페인지 실험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는 과정이 매혹적이다. 여기엔 Teo라는 이름의 바리스타가 있다. 그와 나보다 세월을 훨씬 더 오래 산 카페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처음 그가 발을 들였을 때는 멸종되어가는 생물 종을 지키는 것과 같은 카페를 전승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커피의 더 좋은 한 잔을 위해서 공부하고 고민한다. 나는 맛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굴지만 커피는 잘 알지 못하는데, 그의 열정 덕분에 앎이 늘어가는 중이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의 열정은 필연적으로 주변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렇듯, 이 공간에서는 본질만이 남는다. 여러명의 주인을 거쳐간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공간 그 자체를 향유하기 위해 발걸음을 하고, 바리스타들은 흑당버블티 따위의 바깥 세상의 유행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그저 커피의 본질적인 맛에 대해서 더 깊게 고민할 뿐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고등학생들도 많이 찾아온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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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과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떨어진 문고리를 고쳐달고 환풍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들이 경영이고 일이라고 느껴지겠지만, 사실 그들은 타인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대신 기억해주고, 흘러간 시간을 간직하며, 본질을 지켜내는 숭고한 일을 하고있는 것이다. 내가 환갑이 넘어서도 같은 자리에서 수십년 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남아주길 소망한다.
  • #035 「Teo」


    내가 안식처로 여기는 카페가 하나 있다. 올해 초, 김광석의 아지트였다는 학림다방에 갔었는데 공간의 톤이라든지, 수십년 전 문필가, 지식인, 예술인들의 사랑방 노릇을 했던 공간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참 많이 닮아있는 공간이다. 사람의 통행량이 가장 많은 시내 한복판의 수많은 점포들 사이로 수줍게 난 짧은 골목으로 들어가, 지하로 이어진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닿을 수 있는 곳이기에, 매번 갈 때마다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초월하는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나는 이곳에서 주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그리 크지 않은 아늑한 구조 덕분에 다른 손님들의 말뭉치들이 귀에 스며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삼십년 전에 첫 데이트를 했다는 노부부의 이야기, 이십년 만에 생각나서 다시 들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 공간이 품고 있는 세월의 무게가 중후하다. 이 공간에선 이미 지나간 시간도 생명력을 갖는다. 여러 개의 시간들이 동시에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사뭇 몽환적이다.


    오래된 역사만큼 이곳을 상징하는 메뉴는 사이폰 커피다. 플라스크들을 연결해 물을 가열하고 압력차로 수위가 상승, 하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앉아있는 곳이 카페인지 실험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는 과정이 매혹적이다. 여기엔 Teo라는 이름의 바리스타가 있다. 그와 나보다 세월을 훨씬 더 오래 산 카페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처음 그가 발을 들였을 때는 멸종되어가는 생물 종을 지키는 것과 같은 카페를 전승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커피의 더 좋은 한 잔을 위해서 공부하고 고민한다. 나는 맛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굴지만 커피는 잘 알지 못하는데, 그의 열정 덕분에 앎이 늘어가는 중이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의 열정은 필연적으로 주변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렇듯, 이 공간에서는 본질만이 남는다. 여러명의 주인을 거쳐간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공간 그 자체를 향유하기 위해 발걸음을 하고, 바리스타들은 흑당버블티 따위의 바깥 세상의 유행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그저 커피의 본질적인 맛에 대해서 더 깊게 고민할 뿐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고등학생들도 많이 찾아온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사장과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떨어진 문고리를 고쳐달고 환풍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들이 경영이고 일이라고 느껴지겠지만, 사실 그들은 타인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대신 기억해주고, 흘러간 시간을 간직하며, 본질을 지켜내는 숭고한 일을 하고있는 것이다. 내가 환갑이 넘어서도 같은 자리에서 수십년 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남아주길 소망한다.

  •  65  12  27 July, 2019
  • #034
「Running in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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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러닝을 시작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야속하긴 했지만, 얇은 상의로 스며드는 빗방울의 감촉이 썩 나쁘지 않아 온몸이 젖는 것을 각오하고 목표한 거리를 뛰기로 결심했다. 비가 대지를 적시며 뿜어내는 땅내와 빗방울이 피부를 간지럽히는 감각이 더해져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나의 자화상이 불현듯 나타나 러닝 메이트를 자처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유년시절의 기억에는, 미친듯이 퍼붓는 소나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몸 속 깊은 곳까지 비와 하나가 되었던 그런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도 걱정하지 않고,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을 것도 잊은 채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첨벙대던 내 모습이 아련하게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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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상의 더께가 쌓이지 않은 아이들에게 자연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행복감을 선사한다. 갑작스런 소낙비는 불평의 대상이기 커녕 오히려 기쁨의 원천이다. 동시에, 창조의 원석이다. 소나기가 와서 약속이 취소됐다거나, 테라스에 걸어놓은 빨래를 개야 한다 따위의, '비가 내렸다'는 사건에 수반하는 일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피부를 때리는 빗방울이 나에게 어떤 감각, 생각, 감정을 선사했는가가 이야기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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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 존재했지만 나에게는 기억이 없는 시기, 그래서, 타인들의 기억에는 존재하지만 나는 기억할 수 없는 그 시기를 상상해본다. 우린 그 시기에 흔들리는 이파리를 보면서도 얼마나 많이 웃고 행복했는가. 삶의 흐름에서 고난과 고통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고, 행복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휘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인생 자체가 고행이지만, 따지고 보면 애써 행복을 쟁취하지 않아도 행복감을 손쉽게 느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인생이라는 것이 그리 나쁜 장사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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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잠겨 잠시 놓쳤던 호흡에 다시 되찾았다. 몸과 마음이 훨씬 커버린 지금, 대지와 대기를 윤회하는 빗방울을 온몸에 적시며 어떤 행복감을 느끼고 싶었지만 이젠 욕심처럼 느껴졌다. 대신, 발과 마찰하는 땅의 감각에 집중하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 재즈 바 건물 외벽에 레이 찰스 아저씨를 참 정성스럽게도 그려놨다. 세상을 또렷히 볼 수 있는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원천적인 웃음을 짓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한동안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 #034
    「Running in the Rain」


    어제는 러닝을 시작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야속하긴 했지만, 얇은 상의로 스며드는 빗방울의 감촉이 썩 나쁘지 않아 온몸이 젖는 것을 각오하고 목표한 거리를 뛰기로 결심했다. 비가 대지를 적시며 뿜어내는 땅내와 빗방울이 피부를 간지럽히는 감각이 더해져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나의 자화상이 불현듯 나타나 러닝 메이트를 자처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유년시절의 기억에는, 미친듯이 퍼붓는 소나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몸 속 깊은 곳까지 비와 하나가 되었던 그런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도 걱정하지 않고,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을 것도 잊은 채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첨벙대던 내 모습이 아련하게 그리워졌다.


    아직 세상의 더께가 쌓이지 않은 아이들에게 자연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행복감을 선사한다. 갑작스런 소낙비는 불평의 대상이기 커녕 오히려 기쁨의 원천이다. 동시에, 창조의 원석이다. 소나기가 와서 약속이 취소됐다거나, 테라스에 걸어놓은 빨래를 개야 한다 따위의, '비가 내렸다'는 사건에 수반하는 일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피부를 때리는 빗방울이 나에게 어떤 감각, 생각, 감정을 선사했는가가 이야기의 대상이다.


    내가 세상에 존재했지만 나에게는 기억이 없는 시기, 그래서, 타인들의 기억에는 존재하지만 나는 기억할 수 없는 그 시기를 상상해본다. 우린 그 시기에 흔들리는 이파리를 보면서도 얼마나 많이 웃고 행복했는가. 삶의 흐름에서 고난과 고통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고, 행복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휘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인생 자체가 고행이지만, 따지고 보면 애써 행복을 쟁취하지 않아도 행복감을 손쉽게 느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인생이라는 것이 그리 나쁜 장사는 아닌 것 같다.


    추억에 잠겨 잠시 놓쳤던 호흡에 다시 되찾았다. 몸과 마음이 훨씬 커버린 지금, 대지와 대기를 윤회하는 빗방울을 온몸에 적시며 어떤 행복감을 느끼고 싶었지만 이젠 욕심처럼 느껴졌다. 대신, 발과 마찰하는 땅의 감각에 집중하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 재즈 바 건물 외벽에 레이 찰스 아저씨를 참 정성스럽게도 그려놨다. 세상을 또렷히 볼 수 있는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원천적인 웃음을 짓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한동안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  73  4  22 Jul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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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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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에 관심이 없는 분이더라도, 그룹 아바 (ABBA)와 비지스 (Bee Gees)를 한 번 쯤 들어보셨을 것이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라면 아바를 73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신예, 비지스를 디스코 전성시대의 선봉장으로 기억하실 것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속하는 분들은 각 각 「맘마미아 (2008)*」 OST의 원곡 가수, 최민수의 일명 ‘우산권총’ 짤을 탄생하게 한 영화 「홀리데이 (2005)」의 동명 BGM <Holiday (1967)>의 주인공으로 익숙하실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든 지금 까지 회자된다는 것은 팝 역사의 정점에 오른 이들이기 때문이다.
•
•  팝의 역사에서 사운드 변화가 가장 컸던 아티스트를 꼽을 때 비지스를 빼 놓을 수 없다. <Don't Forget to Remember (1969)>나 <Words (1967)>와 같은 초기 넘버들에서는 아주 감상적이고 감성적인 발라드나 팝 포크를 지향했다. 한편, 77년에 개봉해 존 트라볼타를 스타덤에 올린 영화 「Saturday Night Fever」는 춤, 음악, 문화현상으로써 디스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준 디스코 역사에서 시금석과 같은 존재이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빌보드 차트 1위를 연달아 차지한 사운드 트랙 <Stayin' Alive (1977)>와 <Night Fever (1977)>의 주인이 바로 비지스다. 여유가 되신다면 소개한 곡들을 비교해보시기 바란다. 어떤 사람들은 이 비지스가 그 비지스인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장르의 변화폭이 흥미롭다. 그러나 이들은 디스코로 또 다른 전성기와 인기를 얻은 만큼, 골수 팬, 순수주의자, 평론가 할 것없이 엄청난 비난의 화살도 동시에 받았다.
•
•  아바는 새로운 장르가 우레와 같이 몰려올 때도 그저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프로덕션하고 작곡하고 부르는 게 전부였다. 일 년에 십 수 곡 정도를 엄청난 정성을 들여 쓴 뒤 모든 곡을 빼놓지 않고 발표한다. 그래서 그들에겐 ‘미발표’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커리어가 위험할 정도로 다른 장르의 물결이 몰려 올 지라도 시류에 몸을 맡겨버리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행을 타지 않고 아바 그 자체가 하나의 아이콘으로 남았다.
•
•  판이하게 다른 음악적 커리어를 걸어온 이들은 사실 같은 덕목을 공유했다. 변화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자신을 믿는 용기, 자신이 한 결정을 꾸준히 버티고 지속시켜나간 끈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력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그저 자신들이 조금 더 자신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
•  누군가 무엇인가를 이루어 냈을 때 우린 쉽게 표면적으로 보이는 ‘방법’에 현혹된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인간의 수만큼 삶의 경로가 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방법론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본질적인 덕목임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해야겠다.
•
•
*이 보다 앞서 뮤지컬 「맘마미아」가 1999년에 개봉,
 영화 속편 「Mamma Mia! Here We Go Again: 맘마미아 2」는 2018년 개봉


  • #033
    「경로」

    • 팝에 관심이 없는 분이더라도, 그룹 아바 (ABBA)와 비지스 (Bee Gees)를 한 번 쯤 들어보셨을 것이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라면 아바를 73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신예, 비지스를 디스코 전성시대의 선봉장으로 기억하실 것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속하는 분들은 각 각 「맘마미아 (2008)*」 OST의 원곡 가수, 최민수의 일명 ‘우산권총’ 짤을 탄생하게 한 영화 「홀리데이 (2005)」의 동명 BGM 의 주인공으로 익숙하실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든 지금 까지 회자된다는 것은 팝 역사의 정점에 오른 이들이기 때문이다.

    • 팝의 역사에서 사운드 변화가 가장 컸던 아티스트를 꼽을 때 비지스를 빼 놓을 수 없다. 나 와 같은 초기 넘버들에서는 아주 감상적이고 감성적인 발라드나 팝 포크를 지향했다. 한편, 77년에 개봉해 존 트라볼타를 스타덤에 올린 영화 「Saturday Night Fever」는 춤, 음악, 문화현상으로써 디스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준 디스코 역사에서 시금석과 같은 존재이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빌보드 차트 1위를 연달아 차지한 사운드 트랙 와 의 주인이 바로 비지스다. 여유가 되신다면 소개한 곡들을 비교해보시기 바란다. 어떤 사람들은 이 비지스가 그 비지스인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장르의 변화폭이 흥미롭다. 그러나 이들은 디스코로 또 다른 전성기와 인기를 얻은 만큼, 골수 팬, 순수주의자, 평론가 할 것없이 엄청난 비난의 화살도 동시에 받았다.

    • 아바는 새로운 장르가 우레와 같이 몰려올 때도 그저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프로덕션하고 작곡하고 부르는 게 전부였다. 일 년에 십 수 곡 정도를 엄청난 정성을 들여 쓴 뒤 모든 곡을 빼놓지 않고 발표한다. 그래서 그들에겐 ‘미발표’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커리어가 위험할 정도로 다른 장르의 물결이 몰려 올 지라도 시류에 몸을 맡겨버리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행을 타지 않고 아바 그 자체가 하나의 아이콘으로 남았다.

    • 판이하게 다른 음악적 커리어를 걸어온 이들은 사실 같은 덕목을 공유했다. 변화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자신을 믿는 용기, 자신이 한 결정을 꾸준히 버티고 지속시켜나간 끈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력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그저 자신들이 조금 더 자신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  누군가 무엇인가를 이루어 냈을 때 우린 쉽게 표면적으로 보이는 ‘방법’에 현혹된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인간의 수만큼 삶의 경로가 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방법론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본질적인 덕목임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해야겠다.


    *이 보다 앞서 뮤지컬 「맘마미아」가 1999년에 개봉,
     영화 속편 「Mamma Mia! Here We Go Again: 맘마미아 2」는 2018년 개봉

  •  72  2  19 July, 2019